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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서랍

멈춘 시계의 철학: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by 규프랑 2025. 3. 9.

책장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멈춰 있는 시계를 본 적이 있는가? 한때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던 시계가 이제는 초침도, 분침도, 시침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고장난 물건 하나일 뿐인데, 그 앞에 서면 발걸음이 멈춘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데, 저 작은 시계 속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지만, 만약 모든 시간이 멈춘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을 느낄까? 그 멈춘 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시간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멈춘 시계 앞에서 문득, 그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멈춘 시계의 철학: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멈춘 시계의 철학: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1.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서 하루를 산다면?

시간이 멈춘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에 맞춰 하루를 보내고, 해가 지면 다시 잠드는 일상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삶을 꾸려가야 할까요? 우리는 늘 시간을 따라 움직이며 살아갑니다. 일정한 시각에 알람이 울리면 하루가 시작되고, 정해진 마감 기한 안에 일을 끝내야 하며, 약속된 시각에 맞춰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이루어지지만, 만약 이 흐름이 멈춘다면 우리의 하루는 어떻게 바뀔까요?

시간의 제약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일과 쉼의 경계를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마감이 사라진다면 언제까지고 일을 미룰 수도 있고, 반대로 끝없는 몰입 속에서 며칠이고 쉬지 않고 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이 사라진 공간에서는 오롯이 자신의 내면의 리듬에 따라 하루를 꾸려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시간의 흐름에 익숙해진 존재라는 점입니다. 시계를 보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하루라는 개념이 흐려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이 오고, 저녁이 찾아오는 자연의 리듬을 따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익숙한 삶의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정해두고, 그것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정해두어야만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삶을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2. 기억 속에서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가?

시간이 멈춘다면 우리의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될까요? 우리는 과거를 떠올릴 때 그것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따지기보다,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더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어떤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이 떠오르지만, 어떤 기억은 어렴풋하게 희미해지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시간을 절대적인 숫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체감하는 방식으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멈춘 시계를 바라볼 때 우리는 마치 기억 속에서 과거를 떠올리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 장면이 고정된 채 머물러 있고, 그 순간을 중심으로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흘러갑니다. 사람들은 중요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 하지만, 정작 기억 속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장면이 오랫동안 머물며, 그것이 반복적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간이 멈춘 공간에서는, 우리는 기억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대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순간들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고, 이미 지나간 일들이 다시 우리를 찾아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멈춘 시계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순간과 대화하고, 사라진 시간의 조각을 하나둘 맞춰가며 새로운 감각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시간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는 현재보다 과거에 더 많이 머물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3. 멈춘 시계가 주는 깨달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멈춘 시계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시계는 원래 흐름을 전제로 한 물건이지만, 그 흐름이 멈춘 순간 우리는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의 움직임을 다시금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늘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아끼려 노력합니다. 하루를 더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일정을 정리하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멈춘 시계를 바라볼 때 우리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얻게 됩니다. 그것은 ‘흘러가는 시간에 쫓기지 말라’는 경고일 수도 있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라’는 조용한 속삭임일 수도 있습니다.

멈춘 시계 앞에서 우리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멈추어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늘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가끔은 속도를 늦추고 지금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간이 멈춘 공간에서는 우리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현재에 집중됩니다.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과거를 반추하며 후회하기보다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멈춘 시계가 주는 교훈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시간의 흐름에 의문을 던지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시계를 다시 맞추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멈춘 시계 앞에서 천천히 숨을 돌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더 소중한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