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지식창고

행성 아닌 행성, 트로이 소행성의 기이한 궤도

by 규프랑 2025. 4. 7.

우주는 언제나 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균열을 품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보이는 궤도 속에서도, 마치 의도적으로 규칙을 비껴나 있는 듯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트로이 소행성, 그 이름부터 신화적이고 낯설게 들리는 이 소행성들은 행성도, 위성도 아닌 애매한 경계선에 놓여 있습니다. 그들은 태양을 돌지만, 그 움직임은 다른 행성을 끈질기게 따라가는 기이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수천 개에 달하는 이 별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명령에 따라 한 행성의 앞뒤를 그림자처럼 맴돌며 공전합니다. 오늘은 이 특이한 천체들의 존재 방식과 궤도, 그리고 그것이 지닌 우주적 의미를 상상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행성 아닌 행성, 트로이 소행성의 기이한 궤도
행성 아닌 행성, 트로이 소행성의 기이한 궤도

 

트로이 소행성이란 무엇인가 – 중력의 틈에 존재하는 천체들

트로이 소행성은 특정 행성의 라그랑주 지점, 즉 중력이 안정된 지점에 고정된 채 함께 공전하는 소행성 무리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목성의 트로이 소행성 군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도 화성, 지구, 심지어 해왕성 주변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존재하는 위치는 ‘L4’와 ‘L5’ 지점이라 불리는 곳으로, 주 행성보다 약간 앞서거나 뒤처진 위치에서 태양과 행성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특이한 구간입니다. 마치 두 개의 거대한 존재가 서로를 당기고 밀치다가 만들어낸 미세한 정적의 틈에, 작은 조각들이 고요히 떠 있는 듯한 장면이지요.

그들의 궤도는 마치 우주판 종이연극 같습니다. 주인공인 행성이 무대를 중심으로 걷고 있다면, 트로이 소행성은 그를 따르는 조연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조연들은 결코 앞서지도 않고, 뒤처지지도 않으며,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그 자리를 유지합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우주의 정교한 균형이 만들어낸 ‘숨겨진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로이 소행성은 크기도 형태도 천차만별이며, 대부분은 수천만 년 동안 변화 없이 그 위치를 지켜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작고 미세한 존재지만, 우주 전체의 질서를 해치지 않고 유지시키는 또 다른 종류의 질서입니다. 우리가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 중력의 틈새를 드러내는 ‘우주 균형의 표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가되 붙잡히지 않는 존재 – 동행과 독립의 묘한 균형

트로이 소행성은 목성의 궤도를 공유하지만, 결코 목성 자체의 중력에 붙잡힌 위성은 아닙니다. 이 미묘한 관계는 마치 어떤 존재를 일정한 거리에서 따라가되, 그 존재에 종속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들은 그저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자기 궤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행성과 함께 공전하면서도, 행성의 궤도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독립된 천체로서 궤도 운동을 지속합니다. 이들은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큰 흐름에 참여하는 독특한 존재입니다.

이러한 궤도 구조는 관계에 대한 은유처럼 읽힐 수도 있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결코 흡수되지 않는, 가까우면서도 분리된 상태. 트로이 소행성은 우주가 만들어낸 ‘거리의 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까움이 곧 합침을 의미하지 않고, 독립이 곧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 방식.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태양계 안에서 무언가를 지키는 듯한 태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이들이 목성을 따라다니며 ‘충돌 방패’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상상합니다. 트로이 소행성은 천천히, 오래, 그리고 묵묵하게 우주의 시간을 함께 걷는 존재입니다. 붙잡히지 않고도 함께할 수 있다는 진리를 증명하듯이 말이지요.

 

천문학의 그림자, 인간 감각이 포착하지 못한 궤도의 시학

트로이 소행성의 존재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크기가 작고, 행성의 뒤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본격적인 관측과 관심이 생긴 것은 최근 몇십 년 사이이며, 아직도 많은 트로이 천체는 발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 눈이 미처 감지하지 못한 공간 속에서 조용히 움직여 왔습니다.

이런 존재들은 천문학의 ‘그림자 같은 대상’입니다. 중심이 아니라 곁에, 가장자리도 아닌 균형의 틈에 자리 잡은 천체들.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종종 중심과 광휘, 즉 가장 눈에 띄는 존재들에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트로이 소행성은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이해되지 않는 궤도를 그립니다.

이들의 궤도는 원도 아니고 타원도 아니며, 어떤 곡선을 따라 유영하는 듯한 불규칙성마저 있습니다. 그 모양을 수식으로는 표현할 수 있지만, 감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궤도는 마치 시 한 구절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의도도 없고, 정확한 구조도 없지만, 분명한 울림이 있는 선. 그 선을 따라가면, 우주는 중심이 아닌 곳에서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존재들입니다. 중심이 아니면서도 질서를 유지하고, 규칙이 아닌 감각으로 살아가는 천체. 그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말 없는 질서’입니다. 트로이 소행성은 행성도 위성도 아니지만, 스스로의 궤도를 걷는 별입니다. 마치 인간 사회 속에서 주목받지 않아도 제 자리를 지켜내는 어떤 삶처럼, 말이지요.